사람 잡는 조현병? 병 아닌 관리 시스템이 죄!

 

 

꾸준한 약물치료 땐 일상 복귀201807120400_11130923979255_1_2018071204

경북 영양에서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가 출동한 경찰관을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자 전국의 조현병 환자와 가족이 가슴을 졸이고 있다. 이들은 “병을 앓는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환자 관리가 안 되는 게 문제”라며 억울해 한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일부 환자 탓에 12만명이 넘는 조현병 환자에게 사회적 비난이 쏟아지면서 자칫 환자의 치료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현병 치료를 받기 시작한 지 8년이 지난 20대 A씨는 요즘 뉴스를 보면 숨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잘 치료받아 왔다고 생각하고 나름대로 일상생활에 적응하려 하지만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비난을 마주할 때마다 괴롭다고 했다. 자식이 조현병을 앓고 있는 B씨는 11일 “우리 아이는 아직 병명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보도를 보다가 병명을 알고 충격받을까봐 조마조마하다”며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인데 비난받을 때마다 눈물이 난다”고 했다. 다른 조현병 환자 가족인 C씨도 “그동안 병을 치료하면서 일상생활을 잘 하고 있었는데 요즘 고개를 푹 숙이고 출근하는 모습이 안쓰럽다”고 전했다.

조현병은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개선될 수 있는 병이다. 증상이 악화돼도 강력범죄를 저지를 만큼 심한 폭력성을 보이는 환자는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조현병 환자가 저지르는 범죄는 일반 범죄보다 더 부각된다. 그러다보니 치료 중인 환자가 범죄를 저지른 조현병 환자와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기 위해 치료를 거부하는 일이 발생한다. 일부는 “내가 앓고 있는 병이 저런 병이라니 충격적”이라며 자괴감을 호소한다. 이명수 대한조현병학회 홍보이사는 “치료를 막 시작하는 초기 환자도 ‘내가 저 사람들과 같은 부류냐’는 저항심이 생겨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고, 치료가 늦어진 만큼 예후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병을 탓하기보다 제 기능을 못하는 정신질환자 관리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동우 인제의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병 환자가 치료 후 지역사회에 복귀해 적응할 수 있도록 사례관리가 매우 중요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정신질환자를 관리할 인력 확충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정신질환자 관리를 위해 전국에 정신건강증진센터 312곳을 운영하고 있다. 센터 1곳당 평균 8명이 근무한다. 하지만 이들은 중증 정신질환자 사례관리뿐만 아니라 자살 예방, 정신건강 검진, 중독 관리 기능까지 수행해야 한다. 서울의 경우 상담 인력 1인당 사례관리 대상자는 많으면 70∼140명이나 된다.

증상이 좋아진 환자가 사회에 적응하도록 돕는 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경기복지재단 조사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사회적응·직업훈련 등을 돕거나 생활공간을 마련하는 정신재활 시설은 전국에 357곳이 있다. 이 중 46%인 162곳은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 치우쳐 있다. 

전진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건강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선 환자가 직업재활을 통해 사회에서 자리 잡게 만드는 시설은 유형을 막론하고 매우 부족하다”며 “고령화된 조현병 환자를 수용할 생활공간이나 사회에 복귀하지 못한 환자를 주간에 돌볼 수 있는 시설도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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