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숨기고 결혼한 남편, 시부모에게 위자료 받을 수 있나요

 

 

 

[편집자주] 두 아들을 둔 엄마 변호사입니다.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이 살면서 겪는 소소한 문제들의 법적 쟁점과 해결책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드립니다.

[[the L][엄마 변호사의 세상사는 法] 재판상 이혼과 제3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 사전 재산분할포기 약정의 효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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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이 사례는 부산가정법원 2016드단206426(본소), 2018드단203810(반소) 판결의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각색한 것입니다.)

미희씨는 친척의 소개로 준섭씨를 처음 만났습니다. 미희씨는 준섭씨의 말수가 적은 것이 이상하기는 했으나 내성적인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교제 기간 동안 준섭씨는 미희씨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줬기 때문에 둘은 싸울 일도 전혀 없었고, 미희씨는 준섭씨가 과연 듣던 대로 착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준섭씨 집에서도 미희씨를 크게 반겼고, 둘의 결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신혼 첫 날, 미희씨는 준섭씨가 약을 먹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 후에도 자주 약봉지가 보였고 미희씨가 걱정된 나머지 물어보면 준섭씨는 수면제라거나 감기약이라고 얼버무렸습니다.

결혼 생활은 기이했습니다. 준섭씨는 바깥에 나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서 미희씨는 상당 시간을 집안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간혹 혼잣말을 하며 웃고,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말도 자주 했습니다. 준섭씨는 한여름에도 창문과 방문을 모두 잠그고 지냈고 미희씨가 외출하는 것도 밖에 나가면 표적이 된다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로 막아섰습니다. 

미희씨가 임신과 출산을 하는 과정에서도 준섭씨는 힘든 미희씨를 도와주기는커녕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고, 미희씨가 갑상선암에 걸려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도 준섭씨는 미희씨의 고통을 모른 체 하다시피 했습니다. 미희씨는 이런 준섭씨의 태도에 크게 실망했고, 아이를 안고 혼자 우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시부모는 그런 미희씨에게 ‘다들 그렇게 산다’며 별 일 아니라거나 참으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곤 했습니다. 

미희씨가 부부상담이라도 받아보자고 해도 준섭씨는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불러도 나오지 않기 일쑤였고, 결혼 4년이 지날 무렵에는 아이에게 폭언을 하고 미희씨에게도 위협적인 행동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미희씨 부부의 싸움이 격해지면 함께 살던 준섭씨의 부모가 이를 말린 적도 자주 있었는데, 도무지 화를 진정시키지 못하는 준섭씨를 보고 준섭씨 아버지는 “안되겠다, 아무래도 김선생한테 전화를 해봐야 겠다‘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미희씨는 시부모와 준섭씨가 자신에게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아 불안했지만 당시에는 그게 뭔지 짐작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미희씨는 둘째 아이를 임신했고, 입덧이 심해 시부모와 준섭씨의 양해를 받아 잠시 친정에서 몸을 추스르기로 했습니다. 미희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준섭씨가 먹던 약을 챙겨갔는데, 알고 보니 그 약은 조현병 치료제였습니다. 미희씨는 이를 보고 크게 충격을 받아 둘째 아이를 유산했습니다. 

유산 이후 준섭씨의 부모는 미희씨와 미희씨 부모를 만난 자리에서 그 약은 조현병 치료제가 아닌 불면증 치료제라고 거짓말했습니다. 이에 미희씨는 준섭씨의 정확한 상태와 치료 경과를 알고 싶다고 함께 병원을 갈 것을 요구했으나 준섭씨는 이를 거부했고, 한 달이 지난 후에야 담당 의사와 면담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도 준섭씨는 진료기록을 미희씨에게 보여주는 것에 동의하지 않아 미희씨는 더욱 실망했습니다. 

준섭씨와 그 부모가 사태 해결에 대한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한 미희씨가 이혼을 요구하자 준섭씨는 미희씨가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모두 포기하는 조건으로 이혼에 동의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준섭씨와 그 부모에 대한 배신감이 워낙 컸던 미희씨는 하루빨리 혼인 관계를 종료시키고 싶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준섭씨는 약속한 날 법원에 나오지 않고 이혼을 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이에 미희씨는 준섭씨를 상대로 이혼과 재산분할을 청구하면서 준섭씨의 병을 숨긴 시부모에게도 아울러 위자료를 청구했습니다. 

미희씨는 이 재판에서 승소할 수 있을까요?

- 준섭씨가 미희씨에게 정신질환이 있는 것을 숨기고 결혼한 것은 이혼사유가 될 수 있을까요?
▶ 됩니다. 민법 제840조 제6호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이혼 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816조 제2호가 ‘혼인당시 당사자 일방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惡疾) 기타 중대사유 있음을 알지 못한 때’를 혼인 취소 사유로까지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춰 준섭씨가 결혼 전 발병한 난치의 정신질환이 있음을 숨기고 결혼하고, 또 이로 말미암아 결혼 생활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사례와 같은 경우 이혼 사유로 충분히 인정될 수 있습니다. 미희씨는 이혼소송의 재판 과정에서 준섭씨가 진료를 받은 병원에 사실조회를 신청해 그간의 진료기록을 회신 받아 발병 시기와 치료 가능성, 현재 상태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는데, 그러면 준섭씨의 조현병이 이미 결혼 전에 발병한 사실을 어렵지 않게 밝혀낼 수 있습니다. 

참고로 미희씨는 준섭씨의 질병에 대해 인지한 때부터 6개월 이내에 혼인 취소를 청구할 수도 있었을 걸로 보이나 혼인이 취소된다 하더라도 소급효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민법 제824조) 기간을 놓친 것에 대해 크게 아쉬워 할 것은 없습니다. 

- 미희씨가 협의이혼을 전제로 재산분할청구권과 위자료를 포기하겠다고 한 것은 재판상 이혼 과정에서 효력이 있을까요?
▶ 없습니다.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이므로(대법원 2003. 3. 25. 선고 2002므1787 판결 등), 미희씨가 이혼 전에 준섭씨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하더라도 이는 효력이 없습니다. 가사 이를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라고 보더라도 미희씨는 어디까지나 협의 이혼을 조건으로 재산분할을 받지 않겠다고 한 것일 뿐이므로 협의 이혼에 이르지 않고 재판상 이혼을 하게 된 상황에서 그와 같은 의사표시는 효력이 없다고 봐야 합니다(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1다14061 판결 등). 
위자료의 경우 재산분할청구권과는 달리 이혼 확정 전이라도 포기가 가능하기는 하나, 위 사례에서 위자료를 포기하겠다는 미희씨의 말은 어디까지나 협의 이혼을 전제로 한 조건부 의사표시였을 뿐이므로 재판상 이혼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조건의 불성취로 인해 효력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 시부모로부터도 위자료를 받을 수 있을까요?
▶ 그렇습니다. 시부모는 준섭씨와 더불어 미희씨에서 준섭씨의 정신질환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고지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임에도 이를 속였을 뿐 아니라 준섭씨의 이상행동에 대해 미희씨에게 참고 인내할 것을 강요했습니다. 그 결과 미희씨는 혼인 생활 내내 준섭씨로부터 정신질환의 발로인 것으로 추정되는 폭언과 위협에 시달렸고, 그 원인을 알게된 후 충격으로 유산까지 했습니다. 따라서 준섭씨는 물론이고 시부모까지 미희씨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참고로 부산가정법원은 이 사건에서 준섭씨 부모에게 혼인관계 파탄에 따른 위자료 2500만원을 미희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하며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혼인은 남녀가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의, 인내로써 상대방을 이해하고 보호하며 일생의 공동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법률상, 사회생활상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신분상의 계약으로 그 본질은 양성간의 애정과 신뢰에 바탕을 둔 인격적 결합에 있다. 혼인 당사자 일방의 정신적 질환은 그 정도에 따라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의를 쌓아가고 이를 유지하는데 중대한 장애가 될 수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혼인을 결정함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항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피고 A(남편)는 혼인의 당사자로서, 피고 B, C(시부모)는 피고 A의 부모이자 원고(아내)와 피고 A의 혼인을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추진해 원고가 혼인을 결정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 사람으로서 혼인에 앞서 원고에게 피고 A의 정신적 질환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고지할 의무가 있었다. 나아가 피고 B, C는 혼인기간 중 피고 A의 이상행동을 누구보다 빨리 인지했을 것임에도 혹여나 피고 A가 파혼이나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피고 A를 감싸고 원고에게 대수롭지 않은 상황이라며 참고 인내할 것을 강요했다. 이로써 원고는 혼인기간 동안 본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피고 A의 이상행동과 원고에 대한 폭언 등을 감내하며 지냈으며, 피고 A의 정신적 질환을 인지한 후에는 그 충격으로 유산까지 했다. 위와 같은 피고들의 귀책사유로 원고와 피고A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됨으로써 원고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혼인관계 파탄에 따른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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