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스승의 날..추락하는 교권] 여교사 엉덩이 만졌는데..학교·학부모 "애가 그런 걸, 뭘 그러냐"

 

 

 

 

교사에 성희롱·폭행·카톡 폭탄..
학교 "이슈화 땐 불편" 덮기 급급
교권침해 막을 제도적 장치 시급

 

지방의 한 초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20대 A씨는 생각만 해도 수치스러운 일을 올해 초 겪었다. 쉬는 시간 교실 복도에 있는 사물함을 정리하던 중 누군가 엉덩이를 움켜잡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순간적으로 놀라 뒤를 돌아봤지만 빼곡히 들어차 있는 학생들 사이로 뛰어가는 한 아이의 뒷모습 정도만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학생을 어렵사리 찾아 “네가 그랬냐”고 물었지만 돌아온 답은 그저 “아니요”였다. 그 아이가 맞는다는 확신이 들었지만 일단은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이후 며칠간 그 학생은 물론 다른 아이들을 마주할 때조차도 극심한 수치심에 시달려야 했던 A교사는 고심 끝에 CCTV로 엉덩이를 만지고 달아난 아이를 특정했다.

A교사를 더욱 화나고 자괴감이 들게 만든 것은 그 이후 일어난 일이었다. A교사는 그 학생의 어머니 B씨에게 전화를 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학교에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B씨는 “일을 하느라 바쁜데 내가 꼭 학교에 가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B씨의 이 같은 반응에 A교사는 방문하지 않을 경우 공식적으로 문제를 삼겠다고 못 박았다. B씨를 호출한 A교사는 그로부터 몇 시간 뒤 되레 자신이 교감에게 호출받았다. 교감은 “애가 그런 걸 가지고 뭘 그러느냐,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느냐”며 이슈화되면 학교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결국 학생 처벌, 학부모 사과 등의 조치는 A교사가 계약갱신 거부 등을 각오하고 교육청에 신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이뤄졌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5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A교사는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학부모가 보내는 ‘카톡’ 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다. “내일 수업 준비물은 무엇인가요” 등 내용은 각양각색이다. “애가 아파서 학교를 못 보내는데 결석 처리는 하지 말아 주세요” 등 부당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시도 때도 없이 보내는 메시지라고 해서 답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동료 교사가 답장을 하지 않자 학부모가 “학부모를 무시한다”며 민원을 넣은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는 15일 스승의 날을 앞둔 가운데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그야말로 옛말이 됐다. 교사를 마치 학생의 개인비서처럼 여기는 학부모는 그나마 애교 수준이다. 교사에게 폭언과 욕설을 하거나 주먹을 휘두르는 학생과 학부모도 늘고 있다. 극심한 저출산으로 말미암은 ‘오냐오냐 내 자식’ 풍토, 대립관계가 아닌데도 교권을 억누르면서 강화한 학생인권 등이 맞물려 국내에서 사제(師弟) 간 예의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수치로도 증명된다. 최근 5년간 교육부 접수사건 기준 학생의 교사 폭행과 성희롱 추이는 급격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린다. 폭행의 경우 4년 만에 63.4% 늘어났고 성희롱은 같은 기간 무려 127.4% 증가했다. 폭언·욕설과 수업 진행 방해 등은 수치상으로는 줄어들고 있지만 이는 교사들이 이제 웬만한 수위의 사건은 신고조차 하지 않는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학교 현장에 이런 일들이 그만큼 만연해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그 요인으로 △아이들의 폭력성·공격성 증가 △학부모의 내 자식만 소중하다는 빗나간 생각 △학생을 효과적으로 훈육할 수 있는 제재수단의 부재 △교권 침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미비 등이다. 한 중학교 교사는 “예전에는 자기 자식이 동급생을 때려 선생에게 맞고 오면 학부모가 아이를 나무라는 게 보통이었다”며 “하지만 요즘 학부모는 애를 야단치기는커녕 선생을 몰아붙이고 학교생활기록부에 어떻게 하면 흔적이 남지 않을까만 신경을 쓴다”고 전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들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서는 대응할 제도가 상당 부분 갖춰져 있는 데 비해 학생들의 교권 침해에 관해서는 대응책이 충분하지 않다”며 “교권 회복을 위한 제도적 절차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학생과 학부모 등이 교권 침해를 부끄럽게 느낄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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