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개념 아기엄마만 '맘충'이라 불렀는데, 제가 잘못했나요?"

 

 

[스토리세계-부분과 전체①] ‘맘충’은 왜 혐오표현인가

#A씨는 자주 가던 온라인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이번엔 ‘태권도 애엄마 사건’이 뜨거운 감자다. 지난 3일 경기도 광주의 한 맘카페 회원 B씨는 지역 태권도학원 차량이 5∼10세 아이들을 태운 채 난폭 운전을 했다는 고발성 게시글을 맘카페에 올렸다. 해당 학원은 카페 회원들로부터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공개된 학원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에는 난폭 운전의 증거는 보이지 않았고, B씨는 결국 자필 사과문을 공개하며 게시글이 허위였음을 인정했다. 커뮤니티를 둘러보던 A씨는 혀를 끌끌 차며 말한다. “아, 또 ‘맘충’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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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충’이란 단어가 기사에 등장한 것은 2015년 7월말 부터다. 자녀 사랑을 핑계로 몰지각한 행동을 하는 엄마를 비하하는 뜻으로, 엄마를 뜻하는 영어 ‘맘(Mom)‘과 한문 ‘벌레 충(蟲)’자가 결합했다.

전문가들은 맘충이 혐오표현이라며 사용 자제를 촉구했다. 하지만 3년이 흐른 뒤 온라인상에서는 오히려 수많은 ‘ㅇㅇㅇ 맘충’이 양산됐다. 이에 일부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누리꾼 사이에서는 “맘충은 모든 엄마를 싸잡아 부르는 말이 아니다” “맘충다운 행동을 한 아이 엄마에게만 맘충이라고 부르는 건 문제 될 게 없다”라는 정서가 여전히 강하다. 태권도 맘충을 지켜보던 A씨도 같은 마음이다.

◆“맘충 비난은 모든 엄마에게로 퍼져나간다”

전문가들은 A씨에게 “맘충이 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아이 엄마를 진짜 벌레 취급하는 식으로 현실화할 수 있다”며 우려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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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는 올해 초 펴낸 저서 ‘말이 칼이 될 때’(어크로스)에서 맘충이라는 말이 지속적으로 사용될 경우 일부 무개념 엄마들을 넘어 어린 자녀를 둔 엄마 전체에게 악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했다. 그는 “맘충이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면, (모든) 엄마들은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아이와 함께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지적당할까 두렵고, 자기도 모르게 남의 시선을 의식하게 돼 위축된다”며 “맘충은 특정 집단의 부정적인 측면을 고정관념화해 위축시키고 사회에서 배제하는 혐오표현의 전형적인 해악”이라고 설명했다. 반복해서 듣다 보면 무의식중에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뜻이다.

홍 교수는 이같은 혐오표현은 항상 소수자의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된장녀’ ‘김치녀’ 등 어느덧 일상적으로 쓰게 된 단어를 예시로 들며 “여성들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해당 단어가 여성차별이나 폭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기 때문”이라며 “여성을 차별한 과거가 있고, 차별이 현존하며, 앞으로 계속될 것이 자명한 상황으로 인식하는 여성들은 그 어떤 사소한 차별 발언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같은 맥락에서 “남성이나 기독교도와 같은 다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은 성립하기 어렵다”라며 “소수자들처럼 차별의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맥락이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A씨는 홍 교수의 조언을 일면 이해하면서도 여전히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자신이 ‘맘충’으로 규정한 사례는 모두 아이 엄마가 아닌 점주, 소상공인 등이 피해자였다. 카페 테이블에서 버젓이 아이 기저귀를 갈고, 애기밥을 공짜로 주지 않는다고 맘카페에서 해당 음식점을 비난하는 순간만큼은 아이 엄마들이 사회적 소수자가 아닌 다수자로 느껴졌다. 맘충이 다소 거친 표현이라는 점은 인정할 수 있어도, 몰지각한 일부 엄마들을 맘충이라고 규정한 것만으로 자신이 ‘혐오표현을 일삼는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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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충 비난으로 아이 또한 차별받을 수 있어”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이런 A씨에게 맘충이라는 용어 자체가 아이 엄마 전체뿐 아니라 아이를 향한 가학적인 표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0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맘충은 공공장소를 성인만을 위한 공간으로 단정 짓고 아이들이 돌아다닐 수 없는 장소로 만드는 차별적 단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은 원래 10분도 가만히 앉아있지를 못한다. 이런 아이를 공공장소로 데리고 오는 아이 엄마를 맘충이라 부른다면, 결국 아이와 엄마의 나들이를 ‘성인을 위한 깨끗하고 조용한 공간을 침해하는 행위’로 간주하는 것”이라며 “피해를 본 점주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맘충으로 불거진 ‘노키즈존’ 논란은 엄마뿐 아니라 아이에 대한 차별이자 가학”이라고 말했다. 몰지각한 엄마를 비판하는 행위가 자연스럽게 아이에 대한 또 다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홍 교수는 혐오표현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을 고양하기 위해서라도 맘충은 혐오표현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차별, 배제, 폭력의 표현에는 다양한 수위가 존재하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혐오표현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하려면 ‘혐오’와 같은 강한 뉘앙스의 말이 적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별표현’ 처럼 완화된 용어로 이슈화됐다면 ‘왜 그게 혐오냐?’라고 따지는 사람들이 선뜻 문제의식을 받아들였겠느냐”라며 “도리어 ‘사실을 말했는데 왜 차별이냐’ ‘걱정돼 한 말인데 왜 멸시냐’ 등등 또 다른 방식으로 거부감을 표출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맘충을 혐오표현으로 규정하는 것이 과격한 용어 사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도, 이는 의도적으로 선택된 ‘반차별운동’의 전략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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