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연기는 늘 자유롭게, 아이 같은 순수함으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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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병헌. BH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이병헌(48)의 연기력을 칭송하는 일은 새삼스럽기 그지없다. 윤여정의 말마따나 대한민국에 그가 연기 잘하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테니까. 그럼에도 이병헌은 매번 놀라움을 준다. 장르? 역할? 그에게는 어떠한 한계도 없어 보인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에서는 간만에 유감없이 풀어졌다. 한물간 복서 조하 역을 맡아 물 만난 듯한 유쾌함을 발산했다. “촬영하면서 굉장히 신나고 즐거웠어요. ‘남한산성’처럼 묵직한 영화를 찍을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와는 또 다른 감동이 있죠. 현장에서도 파닥파닥거리는 생동감 같은 게 있어요.”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병헌은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었다. 선을 넘지 않는 코미디이면서 억지울음을 자아내지 않는 따뜻한 이야기여서 좋았다”고 얘기했다. 영화는 조하가 20년 만에 재회한 엄마 인숙(윤여정)과 서번트증후군을 앓는 이부(異父) 동생 진태(박정민)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찬찬히 그린다.

“어떻게 보면 뻔하고 익숙한 소재죠. 그 뻔한 공식을 따르면서도 선을 지킨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공식이야 어떤 장르의 영화에든 있잖아요. 이를테면 액션영화는 나쁜 놈과 좋은 놈이 싸우다 결국 정의가 승리하죠. 결국 어떤 디테일로 풀어내느냐의 문제예요. 그렇기에 똑같은 공식 안에서도 새로운 영화들이 계속 나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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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촬영 현장 모습.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얼핏 조하는 껄렁껄렁한 동네 형 같다. 대충 자른 촌스런 머리에 후줄근한 티셔츠, 트레이닝복 바지를 입고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닌다. 일하던 체육관에서 쫓겨나 만화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도 개의치 않는 ‘쿨함’이 있다. 이병헌은 “분장할 게 거의 없었다. 옷차림도 집에서 입는 거랑 크게 다르지 않아 편했다”고 웃었다.

전단지 아르바이트 신 촬영은 독특했다. 실제로 이병헌이 대학로에서 일반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는 모습을 몰래카메라 형식으로 담아냈다. “일주일 정도 찍었어요. 편집이 많이 돼서 영화에 담긴 분량은 생각보다 적던데요(웃음). 전단지를 건네는 순간에는 다들 저인 줄 모르시더라고요. 그 촬영분만 모아놔도 하나의 영화가 될 것 같아요.”

외롭고 거칠게 살아온 조하는 가족을 만나 점차 다듬어진다. 이따금 숨길 수 없는 장난기가 터져 나오기도 하고. 이병헌은 “조하는 겉보기와 달리 아이의 모습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며 “게임할 때나 브레이크댄스를 출 때, 가족사진을 찍을 때 장난스러운 표현을 넣은 건 그래서였다”고 설명했다.

“외로움에 익숙한 조하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겉으로 내보이지 않아요. 딱 한 번 표현하는 게, 병원에서 엄마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깊숙한 원망을 토해내는 장면이죠. 열 살 어린아이처럼 질질 짜면서 ‘왜 나를 버렸느냐’고 묻는데 그 순간에도 엄마는 진태 얘기를 해요. 조하는 계속 쓸쓸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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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이 안정적으로 다져놓은 흐름 위에서 후배 박정민은 발군의 연기를 펼쳤다. 이병헌은 “정말 훌륭한 배우란 생각이 든다. 완성본을 보고 더욱 놀라고 감동했다”며 “현장에서는 힘든 티를 전혀 안 냈다. 점잖게 묵묵히 연기하는 모습만 봤는데, 그 친구가 했을 노력과 고민들이 영화에 보이더라”고 칭찬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연기의 대가(大家). 수많은 후배들이 이병헌을 롤모델로 꼽는다. 박정민 또한 그를 자신의 ‘꿈’이었다 고백한 바 있다. 본인으로서는 기분 좋고 뿌듯한 영광인 한편, 적잖은 부담이 따르는 일이기도 할 터다. 다만 “그런 (기대어린) 시선들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게 그의 말이다.

“부담감에 억눌리기 시작하면 온전히 ‘나’를 펼치지 못할 거 같아요. 작품을 할 땐 큰 도화지를 쫙 펼쳐놓고 자유롭게 연기하고 싶거든요. 그런데 이런저런 규제와 강박이 있으면 도화지가 작아지는 느낌이 들어요. 훌륭한 배우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니 너무 고마운 일이죠. 하지만 내 일을 할 땐 힘이 들어가면 안 돼요. 그래야 후배들이 기대하는 모습을 또 보여줄 수 있을 테니까요.”

이병헌을 아는 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 하나. 그에게는 여전히 ‘소년다움’이 가득 배어 있다. 어딘지 조하와 겹쳐 보이는 것 또한 그런 지점 때문일 테다. 한평생 권투밖에 모르고 살아온 조하처럼, 이병헌은 변함없이 순수하게 연기를 사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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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함을 유지하는 건 모든 사람에게 중요한 것 같아요. 어른과 아이의 구분은 우리가 만들어낸 경계일 뿐이잖아요. 어릴 때부터 철들기를 강요받는 건 마치 가지가 잘려나가는 느낌이에요. …때로 나이 지긋한 어르신에게 아이의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이 있어요. 저는 그런 순간이 너무 감동스러워요.”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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