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 숨진 지옥서 섹스파티” 국제구호단체의 벗겨진 가면

 

 

지원 미끼로 성착취·인권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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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해 20여만명이 숨진 중미 국가 아이티에 국제구호단체들이 마련한 이재민 캠프가 끝없이 늘어서 있다. 이듬해 이곳에서 구호활동 중이던 옥스팜 직원들이 성매매를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비정부기구(NGO)의 도덕성 위기가 도마에 올랐다. [사진 옥스팜 홈페이지]

“(내전 중에) 식량이나 돈을 구할 길이 없었어요. 그들(유엔평화유지군)은 잠자리 대가로 4달러를 주겠다고 했어요.”(중앙아프리카공화국 16세 소녀, 2016년 언론 인터뷰) 

“옥스팜 스캔들은 말 그대로 빙산의 일각이다. 유엔을 포함해 모든 자선·구호단체에 만연해 있는 국제적 문젯거리다.”(전 유엔 긴급조정센터 책임자 앤드루 맥클레오드) 

전쟁·기아·재해 등으로 황폐화된 땅에 신(神)을 대신해 달려간 국제구호활동가들. 그들 중 일부가 헐벗고 굶주리는 현지인들을 돕기는커녕 한푼의 돈, 한줌의 식량으로 인권을 유린한 백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영국 기반의 국제구호단체 옥스팜 직원들이 2011년 중미 국가 아이티에서 지진 피해자 구호 활동 중에 성매매를 했다는 스캔들이 불거지면서다. 1942년 출범해 전 세계 90개국에서 1만여명의 직원을 둔 옥스팜은 역사나 규모 면에서 국제구호단체의 ‘맏형’ 격이다. 

옥스팜 후원자 7000명 기부 취소 

20일(현지시간) 긴급 소집된 영국 하원 국제개발위원회 청문회에서 마크 골드링 옥스팜 대표는 “아이티 피해자들 뿐 아니라 국제구호 분야에 누를 끼친 점을 거듭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선 스캔들이 공론화된 후 열흘 만에 옥스팜 후원자 7000여명이 정기 기부를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옥스팜 측은 “직원들의 비위 26건을 추가 확인 중”이라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강도높은 자구책 마련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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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앞서 영국 더타임스의 보도로 중미 국가 아이티에서 강진 발생 이듬해인 2011년 롤란드 반 하우어마이런 소장 등 현지 옥스팜 직원들이 성매매를 했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해 20여만 명이 사망한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이들은 직원 거처에 여성들을 불러 섹스 파티를 벌였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옥스팜은 관련 직원들을 해고·이직 조치를 했지만 더타임스 보도 전까지 이 사실을 밝히지 않아 은폐 의혹도 받고 있다. 나아가 다른 국제구호단체에도 이 같은 도덕적 타락이 비일비재하다는 폭로가 잇따랐다. 

아동구호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의 케빈 왓킨스 대표는 이날 하원 청문회에서 “2016년 아동안전 관련 53건의 문제적 행동을 적발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성 관련 비위가 얼마나 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영국 적십자와 크리스천 에이드 등 다른 구호단체들에서도 수년 간 다수의 직원 비위가 적발됐지만 경찰 고소 등 공론화된 것은 거의 없다. 조직에서 쫓겨났다 해도 다른 자선단체에 버젓이 재취업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유엔 단체서 12년간 2000건 성학대 

문제는 이 같은 성학대·착취가 처음 알려진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세이브 더 칠드런은 2008년 충격적인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코트디부아르·아이티·남수단 등에서 국제구호 분야 직원들 및 유엔평화유지군들의 활동 현황을 조사한 결과 성폭행·성매매·아동포르노 범죄 등이 다수 확인됐다는 내용이었다. 언어적 성적 학대가 60% 이상으로 가장 높았지만 강압에 의한 성관계도 적지 않았고 피해자 중엔 6세 여아도 포함돼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당시 세이브 더 칠드런은 이 보고서 발표와 함께 국제적인 감시장치 마련을 촉구했고 옥스팜 역시 강력한 연대를 표했지만 정작 내부 관리엔 실패했다. 

성매매 스캔들은 옥스팜의 존폐 위기까지 부르고 있다. 영국 정부는 옥스팜이 내부 개혁에 착수하기 전까진 정부 지원금 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지난해 옥스팜은 영국 국제개발부로부터 3200만파운드(약 480억원)를 지원받았다. 지난해 옥스팜에 2500만유로(약 325억원) 이상을 지원한 유럽연합(EU)도 지원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BBC에 따르면 옥스팜은 2016~17회계연도에 정부 및 공공기관으로부터 1억7600만파운드(약 2640억원), 기부 1억800만파운드(약 1620억원) 등 모두 4억860만파운드(약 7290억원)의 재원을 확보했다. 

성매매·학대 등은 구호단체 비위의 일부일 뿐이다. 네덜란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 4만명이 활동하는 국경없는 의사회의 경우 지난 한해에만 모두 146건의 비리 행위가 신고됐는데 이 가운데 성범죄는 24건이었다. 이밖에 횡령·괴롭힘·폭력 등 다양한 유형의 비위가 포착됐다. 유엔평화유지군을 포함해 지난 12년간 유엔 관계자들이 세계 각지에서 2000건 가량의 성 학대 및 착취를 저질렀다는 통계도 있다. 

문제 있는 활동가가 극히 일부라 할지라도 이는 구호단체 전반의 신뢰도 하락을 부른다. 특히 후원금 모금 광고 등에서 구호활동가의 이미지가 ‘사선(死線)에서 헌신하는 선한 사람들’로 채색돼 있기에 더욱 그렇다. 이런 자의식은 일부 구호활동가들을 잘못된 도덕 관념으로 이끌기도 한다. 영국 싱크탱크 시비타스(Civitas)의 조너선 포맨 수석연구원은 CNN 기고에서 “수년간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 속에 ?瞿?활동가들은 ‘일반인의 도덕적 규칙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잘못된 의식을 갖게 된다”고 꼬집었다. 

후원금 끊길까봐 비리 생겨도 쉬쉬 

내부 고발이 어려운 조직문화 특성도 작용한다. 재원을 거의 전적으로 기부금에 의존하는 단체들로선 이런 문제가 새나갔을 때 정부 보조금이나 개인 후원금이 끊길까봐 ‘쉬쉬’한다.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도 국제구호가 줄어들까봐 문제를 공론화하기를 꺼린다. 세이브 더 칠드런 한국지부의 박영의 커뮤니케이션 부장은 “자정(自淨) 노력이 활발한 단체들이 문제를 공론화함으로써 오히려 불이익을 받게 되는 아이러니가 있다”고 전했다. 

이태주 한성대 교수(개발인류학)는 “재난현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역설적이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모든 문제는 도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간의 ‘권력 관계’에서 비롯된다”면서 “인도주의 활동가들이 이런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강도 높은 교육과 책무성이 요구되며, 문제를 은폐할수록 일벌백계하는 문화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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